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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때문에 예상한 일정은 모두 변경되었다.
어떻게든 계획된 일정을 소화하려고
폭우속에서도 하얀 우비를 입고 강행하였다.
비에 젖은 발이 신발과 발 사이를 자꾸 미끄러지게해
자꾸만 마찰을 일으켜 결국
상처가 나고, 부르트고, 물집이 잡히고 살까지 애리게 하는통에
병원신세만 두번이나 졌다.
더이상 걷지 말라고 하여도
폭우때문에 계획한 것을 못할까봐
계속 강행하였다.
그렇게 강행하여도 못하는 게 있어서
가끔은 PC방에 앉아 시간을 죽이기도 하고
대합실에서 한량없이 대기하기도 하였다.
문닫힌 모슬포여객선 대합실에서는 벤치에 드러누워
젖은 옷가지들을 말리기도 하고
광주터미널에서는 3시간이나 맨바닥에 앉아
아이팟과 핸드폰을 몰래 도둑충전을 하며 책을 보기도 했다.
또 비가 내려와
다시 까진 상처가 아프다.
찜질방에서 잘때는 소독해서 잘 씻지도 못하는 냄새나는 발을
높이 쳐들고 자면서 발의 붓기를 없애려고 애를 썼다.
발이 너무 안되서
예정된 일정 중 하나를 취소할 지
병원신세 한번 더 지고 소화할 지를 놓고
동전을 던졌다가
순천은 예정된 일정에서 빼버렸다.
동전이 앞면이 나왔기 때문에.
덕분에 하루 발이 편해질까 싶었지만
비가와서 또 다시 발이 아프다.
통영의 야경은 삼각대가 없어서 포기한다기보다는
젖은 몸과 발이 아파서 포기했다.
대신 꾹 참았던 저녁을 떡볶이와 삶은 달걀 2개로
배를 가득 채웠다.
선량한 떡복이트럭 아저씨를 카메라에 담아두고 왔다.
눅눅한 옷은 이제는 더이상 어찌할 수 없다.
여분의 옷도 비때문에 가방안에서 눅눅해져서
내 몸에서는 요상한 냄새가 난다.
틈만나면 휴대용 탈취제를
가방과 옷에 뿌려대면서 나는 계속 걸었고 걸을거다.
마라도에서 만난 한 청년은
혼자만의 여행을 위해 3년전부터 스쿠터를 샀다고 했다.
광주에서부터 제주도까지 타고 온 스쿠터는 앞으로 속초까지 따라갈 예정이라고 했고
그 전에 스쿠터가 사망한다해도 오로지 여행을 위해 산 녀석이라 아깝지 않다고 했다.
나는 이번여행을 위해 뭘 준비했나
그리고 뭘 버릴 각오를 하고 왔나
하고 생각해봤지만
준비는 적었고, 버릴 것은 많다는 생각에
한걸음 한걸음씩 땔때마다 버려보기로 했다.
통영의 척포항에는 108계단이 있는데
오늘은 그 길을 개척하고는 기뻤다.
가끔은 광주에서 온 청년처럼 스쿠터를 타고 더 많은 곳을 돌아보고 싶을 때도 있었다.
통영의 해안도로를 다 보려면 내 다리로는 그리고
주어진 시간으로는 너무 부족하기때문이다.
하지만 스쿠터는 108계단을 오를 수 없으니까
소소하게 발견하는 재미는 없으니까
나는 그 재미에 발걸음을 재촉하며 여행을 견디고 있다.
혹자는 재미있게 즐기냐고 하지만
여행은 얻어오기 위해 가는 것이기도 하면서
때로는 버리러 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꼭 즐겁지만은 않지만
고통스러워서 더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그래서 좋다.
기억에 남을 것 같은 8박 9일일정이...